본문 바로가기
  •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길잡이
이슈 점검

트럼프 2기 기후 정책의 대폭주: 온실가스 규제 근거 폐기와 산업계의 파장

by freeplus 2026. 2. 10.
반응형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정부 시절 확립된 온실가스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 폐기를 추진하며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규제 완화에 나섰습니다. 이 조치는 자동차 연비 규제와 발전소 배출 기준의 법적 토대를 무너뜨려 화석 연료 산업의 부활을 꾀하는 전략입니다. 본 글에서는 위해성 판단 폐기의 과학적 논란, 1조 달러 규모의 경제적 효과 주장, 그리고 한국 자동차 및 에너지 산업에 미칠 이중 규제 리스크와 대응 방안을 심층적으로 다룹니다.


1. 미국 온실가스 규제의 뿌리: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이란 무엇인가

미국 내에서 연방 정부가 온실가스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야 할 법적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위해성 판단'입니다. 이 용어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지난 15년간 미국의 모든 환경 규제를 지탱해 온 핵심 기둥입니다.

1.1 위해성 판단의 역사적 배경과 2007년 대법원 판결

위해성 판단의 역사는 2007년 미 연방대법원의 기념비적인 판결인 '매사추세츠 대 EPA(Massachusetts v. EPA)'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대법원은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가 '연방대기청정법(Clean Air Act)'에 정의된 '대기 오염 물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환경보호청(EPA)이 온실가스가 공중보건과 복지를 위협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만약 위협이 된다면 이를 규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1.2 2009년 오바마 행정부의 확정

대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2009년 오바마 행정부의 EPA는 과학적 검토를 거쳐 6가지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가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여 현재와 미래 세대의 보건과 복지에 위협이 된다는 공식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것이 바로 '위해성 판단'입니다. 이후 이 판단은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 발전소 탄소 포집 의무화 등 모든 기후 정책의 '과학적·법적 면허' 역할을 해왔습니다.


2. 트럼프 행정부의 위해성 판단 폐기 전략과 논리

2026년 2월, 트럼프 행정부와 리 젤딘(Lee Zeldin) EPA 청장은 이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규제를 하나 없애는 수준이 아니라, 규제를 할 수 있는 '권한' 자체를 스스로 내려놓겠다는 파격적인 행보입니다.

2.1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규제 완화' 주장

트럼프 행정부는 위해성 판단을 폐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EPA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조치를 통해 약 1조 달러(약 1,460조 원) 이상의 규제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는 차량 한 대당 평균 2,400달러(약 350만 원)의 생산 비용 절감이 가능해져, 소비자 가격 인하와 내수 경기 부양에 기여할 것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2.2 과학적 근거의 재해석과 DOE 보고서 논란

규제 폐기를 정당화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부(DOE)가 작성한 새로운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온실가스가 농작물 성장을 촉진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며, 기후 변화의 위험성이 이전 정부에 의해 과장되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주류 과학계와 국립과학원(NAS)은 이 보고서가 데이터를 선별적으로 사용(Cherry-picking)했으며, 북극 해빙 감소 수치를 잘못 인용하는 등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반박하며 거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3. 산업별 파급 효과: 자동차와 에너지 시장의 지각변동

위해성 판단이 사라지면 연방 정부 차원의 온실가스 배출 기준은 법적 근거를 잃게 됩니다. 이는 특정 산업군에 엄청난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3.1 자동차 산업: 내연기관의 부활과 EV 의무화 철회

가장 즉각적인 변화는 자동차 업계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2032년 전기차 비중 확대 목표는 사실상 휴지조각이 되었습니다. 연방 정부의 배출가스 측정·보고 의무가 사라지면서, 포드나 GM 같은 미국 전통 자동차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내연기관 트럭과 SUV 생산에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당장 저렴한 차를 살 수 있게 되었지만, 글로벌 트렌드인 전동화 속도에서는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3.2 에너지 및 발전 산업: 석탄과 가스의 화려한 귀환

발전소에 적용되던 엄격한 탄소 배출 기준과 수은·유해 물질 규제도 완화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2026년 초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화석 연료 생산 확대를 가로막는 모든 규제에 일몰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로 인해 폐쇄 예정이었던 석탄 화력 발전소들의 수명이 연장되고 있으며, 알래스카와 연안 대륙붕에서의 원유 및 가스 시추 허가가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4. '탄소의 사회적 비용(SCC)' 하향 조정과 정책적 함의

규제 완화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핵심 장치는 '탄소의 사회적 비용(Social Cost of Carbon, SCC)'의 재산정입니다. 이는 탄소 1톤을 배출했을 때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미래 비용을 달러로 환산한 값입니다.

4.1 190달러에서 1달러로의 추락

바이든 행정부 시절 약 51달러에서 최대 190달러까지 치솟았던 SCC는 트럼프 2기 들어 단돈 1달러 수준으로 급락했습니다. 이러한 극적인 변화는 '할인율(Discount Rate)' 계산 방식의 차이에서 발생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래 세대의 피해보다 현재의 경제 성장에 훨씬 더 높은 가중치를 두는 7% 이상의 할인율을 적용했습니다. 비용-편익 분석에서 탄소 배출의 비용이 낮아지니, 규제를 유지할 경제적 타당성이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4.2 인프라 투자 및 허가 절차의 간소화

SCC의 하향 조정은 단순히 환경 규제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도로, 교량, 파이프라인 등 대규모 인프라 건설 시 거쳐야 했던 환경영향평가에서 기후 변화 요인을 고려할 의무가 사라졌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기존 2년에서 최대 14일로 단축하겠다는 행정명령을 통해 '속도전'에 나섰습니다. 이는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는 유리하지만, 환경 파괴에 대한 안전장치가 전무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5. 법적 공방과 주(State) 단위의 저항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가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미국은 연방제 국가이며, 사법부라는 강력한 견제 장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5.1 환경단체의 소송전과 '어스저스티스'의 경고

환경보호펀드(EDF), 어스저스티스(Earthjustice) 등 유수의 환경 단체들은 위해성 판단 폐기 발표와 동시에 소송을 예고했습니다. 이들은 2007년 대법원 판례가 여전히 유효하며, 행정부가 자의적인 보고서 하나로 15년간 축적된 과학적 합의를 뒤집는 것은 위헌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소송은 결국 다시 한번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이며, 최종 판결 전까지 기업들은 법적 불확실성에 시달려야 합니다.

5.2 캘리포니아를 필두로 한 '블루 스테이트'의 독자 규제

연방 정부가 손을 놓자, 기후 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캘리포니아, 뉴욕 등 이른바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우세 주)'들은 독자적인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는 연방 정부의 완화와 상관없이 자체적인 전기차 의무 판매 비중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연방 기준(낮음)과 주 기준(높음)을 동시에 맞춰야 하는 이른바 '규제의 파편화' 현상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6. 한국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전략

미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 중 하나입니다. 미국의 환경 정책 변화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기업들의 실적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6.1 자동차 및 부품 업계: 수출 전략의 재편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그동안 미국의 EV 보조금 정책에 맞춰 전기차 전환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규제 완화로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수요가 다시 늘어남에 따라, 생산 라인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가 되었습니다. 또한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전기차 기술 개발을 멈출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입니다.

6.2 에너지 및 소재 산업: 글로벌 공급망의 이중 잣대

유럽(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통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규제를 철폐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미국산 제품을 유럽에 다시 수출하거나 글로벌 ESG 공시 기준을 충족해야 할 때 큰 혼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미국 내 투자 시 제공받기로 했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의 불확실성도 여전한 리스크입니다.


7. 결론: 환경 규제 암흑기인가, 경제 재도약의 기회인가

2026년 현재 진행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온실가스 규제 근거 폐기는 미 환경 정책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변곡점입니다. 정부는 이를 '규제로부터의 해방'이라 부르며 경제 활성화를 약속하지만, 지구 온난화라는 과학적 현실과 글로벌 스탠다드로부터의 고립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기업들은 이제 단순히 규제를 따르는 단계를 넘어, 정치적 가변성에 흔들리지 않는 독자적인 '기후 회복력(Climate Resilience)'을 갖춰야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의 기회가 될 수 있으나, 장기적인 글로벌 시장의 요구는 여전히 '지속 가능성'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변화하는 미국의 법적 토대를 면밀히 주시하며, 유연하고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참고 자료

반응형